카드 앱을 보다가 4,900원짜리 결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금액이 크지는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지나치려고 했다.
그런데 상호명을 봐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거 뭐지?”
지난달에도 있었다.
그 전달에도 있었다.
매달 같은 날짜에 4,900원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제야 자동결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무엇을 구독하고 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산개인회생을 알아보면서 최근 몇 달 지출을 한번 정리해보던 중이라 그냥 넘기기에는 조금 찝찝했다.
결제명을 검색했다.
예전에 사용했던 앱이었다.
처음 가입했을 때 한 달만 사용해보려고 등록했던 서비스였다.
무료기간이 끝난 뒤 자동으로 결제가 시작됐던 것 같다.
나는 앱을 다시 설치했다.
로그인했다.
마지막 사용 기록을 확인했다.
5개월 전이었다.
그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돈만 계속 빠져나가고 있었다.
계산기를 켰다.
4,900원 × 5개월.
24,500원.
엄청 큰돈은 아니었다.
그런데 기분이 묘했다.
필요해서 쓴 24,500원이 아니라 존재조차 잊고 있던 돈이었다.
그래서 다른 자동결제도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4,900원 하나만 확인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나를 찾고 나니 다른 것도 궁금해졌다.
4,900원.
사용하지 않는 앱.
해지.
9,900원.
동영상 서비스.
이건 사용하고 있었다.
유지.
6,500원.
클라우드 저장공간.
처음에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진과 파일이 꽤 들어 있었다.
바로 해지하지 않았다.
3,300원.
이름만 보고는 기억이 안 났다.
또 검색했다.
몇 년 전에 가입했던 멤버십이었다.
마지막 사용 기록이 언제인지도 찾기 어려웠다.
해지.
일산개인회생을 알아보다 갑자기 구독서비스 정리하는 날이 됐다.
나는 자동결제를 두 종류로 나눴다.
쓰고 있음
왜 내고 있는지 모름
처음에는 금액까지 정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또 표가 커졌다.
그래서 그만뒀다.
일단 내가 사용하고 있는지만 확인하면 됐다.
문제는 쓰고 있음도 애매하다는 것이었다.
동영상 서비스는 분명 사용한다.
그런데 한 달에 한두 번만 본다.
이걸 유지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한참 고민했다.
결국 바로 끊지는 않았다.
대신 날짜를 적었다.
다음 달 다시 확인
무조건 해지하는 게 목표는 아니었다.
내가 왜 돈을 내고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며칠 뒤 또 다른 카드의 자동결제 목록도 열었다.
첫 번째 카드만 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카드가 두 장이면 자동결제도 나뉘어 있었다.
통신비.
보험료.
앱 구독.
쇼핑 멤버십.
정기배송.
어떤 건 카드.
어떤 건 계좌.
어떤 건 휴대폰 결제.
돈 빠져나가는 길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래서 일산개인회생 관련해서 내 상황을 정리하는 동안만큼은 새 구독을 하나 시작하면 기존 구독 하나를 한번 확인해보기로 했다.
거창한 규칙은 아니었다.
새로운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카드번호를 입력하는 순간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매달 내는 게 뭐가 있지?
그 정도.
얼마 후에는 오래 사용하던 쇼핑 멤버십도 발견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배송비 혜택을 자주 사용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주문내역을 보니 몇 달 동안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도 바로 해지하지 않았다.
한 달 동안 실제로 몇 번 사용하는지만 보기로 했다.
결과는 한 번.
그때서야 정리했다.
예전 같았으면 4천 원, 5천 원 정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 같다.
“커피 한 잔 값인데.”
항상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커피 한 잔 값이 다섯 개 모이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4,900원.
3,300원.
6,900원.
2,900원.
9,900원.
각각 보면 별것 아닌데 한꺼번에 보니 꽤 됐다.
더 중요한 건 금액보다 내가 모르는 상태로 빠져나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일산개인회생을 알아보면서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보다 먼저 든 건 내가 내는 돈 정도는 알고 있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카드 결제 알림을 볼 때 자동결제로 보이는 항목이 나오면 그냥 넘기지 않았다.
익숙한 이름이면 넘어간다.
모르는 이름이면 한번 검색한다.
딱 그 정도였다.
얼마 전에는 7,900원 결제가 하나 떴다.
예전 같았으면 기억이 안 나도 그냥 넘겼을 것이다.
이번에는 바로 확인했다.
음악 서비스였다.
실제로 매일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그냥 앱을 닫았다.
해지할 이유가 없었다.
이게 조금 달라진 부분이었다.
무조건 줄이는 게 아니라 남길 건 알고 남기는 것.
그날 처음 발견했던 4,900원 구독은 지금은 해지된 상태다.
카드 앱에서 다음 달 결제내역을 확인했을 때 그 금액이 사라져 있었다.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다.
4,900원을 아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적어도 이번 달에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돈 하나가 덜 빠져나갔다는 느낌이었다.
일산개인회생을 알아보기 전에는 자동결제는 그냥 통장에서 알아서 빠져나가는 돈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본다.
내가 직접 결제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나가는 돈이라 오히려 한 번쯤 더 확인해야 하는 돈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카드 앱에서 정기결제라는 글자가 보이면 예전보다 조금 오래 본다.
금액보다 먼저 이름을 본다.
알고 있는 서비스인지.
지금도 쓰는지.
그리고 모르면 한 번 확인한다.
4,900원짜리 결제 하나 때문에 시작한 일이지만 적어도 이제는 몇 달 뒤 “이게 뭐였지?” 하면서 같은 화면을 오래 바라보는 일은 줄어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