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코엑스에서 열리는 행사를 보러 간 적이 있었다.
가는 길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코엑스 안으로 들어갔다.
휴대폰에도 행사 캡처가 있었다.
날짜도 맞았다.
시간도 맞았다.
나는 남자친구에게 말했다.
“이제 행사장만 찾으면 돼.”
그런데 캡처를 다시 보니 가장 중요한 게 없었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적힌 부분을 잘라서 저장해놓은 것이다.
행사 이름.
날짜.
시간.
딱 거기까지만 있었다.
남자친구가 물었다.
“어디서 하는데?”
“잠깐만.”
검색을 다시 했다.
인터넷이 느린 건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급해졌다.
사람들은 계속 우리 옆을 지나갔다.
안내판에는 여러 방향이 적혀 있었다.
나는 화면과 안내판을 번갈아 봤다.
남자친구가 말했다.
“일단 아무 데나 가보자.”
이 말을 들으면 보통 일이 더 커진다.
그래도 걸었다.
5분 정도 이동했다.
행사장처럼 보이는 곳이 나왔다.
사람들도 많았다.
“여기 같은데?”
가까이 가보니 전혀 다른 행사였다.
다시 돌아왔다.
처음 들어왔던 위치가 어디였는지도 조금 헷갈렸다.
결국 직원분에게 행사 이름을 보여주면서 물었다.
방향을 안내받았다.
우리가 가야 하는 곳은 방금 걸어갔던 방향과 반대쪽이었다.
남자친구가 말했다.
“처음부터 물어볼걸.”
그때는 웃고 끝났다.
그런데 며칠 뒤 코엑스웨딩박람회를 알아보다 갑자기 그날 생각이 났다.
결혼 준비 관련 행사라면 그냥 도착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닐 것 같았다.
예약 시간이 있을 수도 있고.
상담을 보기로 했다면 도착해서 또 움직여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또 코엑스웨딩박람회 00월 00일만 캡처해서 갈 가능성이 꽤 높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부러 저장 방식을 바꿔봤다.
예전에는 날짜 부분만 캡처했다.
지금은 화면을 조금 넓게 잡는다.
행사명.
날짜.
시간.
장소.
가능하면 행사장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까지.
남자친구가 내 캡처를 보더니 말했다.
“왜 이렇게 크게 저장했어?”
“안 헤매려고.”
바로 알아들었다.
주말에 다른 볼일이 있어서 큰 복합시설에 갔다.
이번에는 목적지 이름을 정확하게 저장해두고 움직여봤다.
도착해서 휴대폰을 한번 봤다.
목적지.
층.
가야 할 방향.
끝.
예전처럼 검색을 다시 하지 않았다.
남자친구가 말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였네.”
사실 별것 아니었다.
문제는 내가 항상 어디를 간다까지만 기억하고 그 안에서 어디로 간다는 저장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코엑스웨딩박람회도 비슷할 것 같았다.
코엑스라는 장소 자체는 알고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정확히 어느 공간으로 가는지.
어디에서 확인해야 하는지.
내가 가지고 있는 안내정보가 충분한지.
이걸 출발 전에 한번만 보면 된다.
그렇다고 이동경로를 몇 페이지씩 정리할 생각은 없다.
예전 같았으면 아마 지도 캡처.
건물 사진.
이동 화살표.
입구 표시.
주차 위치.
이런 걸 전부 만들어놨을 것이다.
지금은 한 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코엑스웨딩박람회 장소 확인 가능한 화면
그것 하나.
며칠 뒤 남자친구가 코엑스웨딩박람회 관련 화면을 하나 보내왔다.
나는 제일 먼저 날짜를 봤다.
그다음 장소.
남자친구가 물었다.
“왜 장소부터 그렇게 봐?”
예전 일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말했다.
“이번엔 내가 길 찾을게.”
나는 바로 대답했다.
“그 말이 더 불안해.”
실제로 남자친구도 길을 잘 찾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누가 길을 찾을지를 정하지는 않았다.
대신 둘 다 같은 캡처를 가지고 있기로 했다.
한 사람이 휴대폰을 보면서 “어디였지?” 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이것도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항상 내가 찾아놓고 남자친구는 따라오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내가 잘못 저장하면 둘 다 모르게 된다.
이번에는 코엑스웨딩박람회 관련 정보를 확인한 뒤 서로에게 같은 화면을 보내두기로 했다.
그러면 최소한 한 사람의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얼마 전 휴대폰 사진첩을 정리하다 예전에 코엑스에서 헤맸던 날 캡처를 다시 발견했다.
정말 날짜와 행사 이름만 있었다.
장소는 완벽하게 잘려 있었다.
내가 왜 그렇게 캡처했는지 지금 봐도 모르겠다.
아마 그때는 행사장 위치쯤은 도착하면 바로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캡처는 삭제하지 않았다.
대신 즐겨찾기에서만 뺐다.
그리고 요즘 저장해놓은 코엑스웨딩박람회 화면을 봤다.
이번에는 아래쪽까지 넉넉하게 들어가 있었다.
남자친구가 옆에서 말했다.
“이제 너무 많이 찍은 거 아니야?”
그래도 괜찮다.
조금 길게 저장해서 스크롤 한 번 하는 게 코엑스 안에서 반대 방향으로 10분 걷는 것보다는 낫다.
코엑스웨딩박람회에 실제로 가는 날에도 아마 도착 직전에 둘이 한번 확인할 것 같다.
날짜 맞음.
시간 맞음.
장소 맞음.
그다음 이동.
이번에는 코엑스 입구에 도착해서 서로 쳐다보며 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 게 목표다.
“그래서 우리 어디로 가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