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친구가 결혼식 다음 날 축의금 봉투를 정리하다가 한참 멈췄다고 했다.
봉투에는 이름이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김민수
문제는 친구가 아는 김민수가 두 명이었다.
대학교 친구 김민수.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김민수.
둘 다 결혼식에 올 가능성이 있었다.
친구는 남편에게 물었다.
“이거 누구지?”
남편도 몰랐다.
처음에는 별일 아닌 줄 알았다.
단체사진을 찾아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사진에는 두 사람 모두 보이지 않았다.
한 명은 결혼식에 왔던 것 같고, 다른 한 명은 축의금만 전달했을 수도 있었다.
친구는 결국 카카오톡 대화를 뒤졌다.
대학교 친구에게 마지막으로 연락한 날짜.
회사 동료와 나눈 대화.
누가 결혼식에 온다고 했는지 기억을 맞춰봤다.
결혼식보다 탐정놀이에 가까웠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날 청주웨딩박람회 관련 내용을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웃으면서 들었는데 내 연락처를 생각해보니 나도 동명이인이 있었다.
친구 중에도 같은 이름이 몇 명 있었고 부모님 지인까지 들어가면 더 많을 수 있었다.
남자친구에게 물었다.
“당신 친구 중에 같은 이름 있어?”
잠시 생각하더니 세 명이나 있다고 했다.
“세 명?”
“응.”
“성까지 똑같아?”
“두 명은.”
갑자기 친구 이야기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청주웨딩박람회를 알아보다 하객 명단에 이름만 적어두는 방식이 조금 불안해졌다.
그래서 테스트 삼아 남자친구 친구 이름을 몇 개 불러봤다.
“박○○.”
남자친구가 바로 말했다.
“어느 박○○?”
첫 번째부터 실패였다.
그래서 이름 옆에 아주 짧은 표시를 붙여보기로 했다.
박○○ - 대학
박○○ - 회사
이○○ - 군대친구
길게 적을 필요는 없었다.
나중에 우리끼리 알아볼 정도면 충분했다.
그런데 내가 명단을 만들다 보니 또 일이 커졌다.
친구.
회사.
친척.
부모님 지인.
분류가 계속 늘어났다.
남자친구가 옆에서 말했다.
“우리 지금 결혼 준비하는 거야, 연락처 앱 만드는 거야?”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동명이인만 표시하기로 했다.
모든 사람에게 설명을 붙이는 건 그만뒀다.
청주웨딩박람회에서 실제 하객 규모를 생각하게 되면 이런 작은 구분 정도만 해두면 나중에 훨씬 편할 것 같았다.
며칠 뒤 엄마에게도 물었다.
“엄마 지인 중에 같은 이름 있는 사람 있어?”
엄마는 바로 세 사람 이름을 말했다.
나는 놀랐다.
“그럼 결혼식 오시면 구분 어떻게 해?”
엄마가 아주 태연하게 말했다.
“나는 얼굴 보면 알지.”
당연한 이야기였다.
“봉투만 보면?”
엄마가 잠깐 멈췄다.
“그건 모르겠네.”
바로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이었다.
그래서 부모님 하객 명단을 받을 때도 동명이인이 있다면 이름 옆에 짧게 누구인지 표시해달라고 부탁하기로 했다.
직장 이름이나 관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처음 이야기했던 친구에게 다시 물었다.
“그래서 김민수는 결국 누구였어?”
친구가 웃었다.
결국 회사 동료였다고 했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다.
며칠 뒤 회사 동료가 결혼식 사진을 보내면서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그제야 확실해졌다.
대학교 친구는 따로 연락해보니 참석하지 못했다고 했다.
친구는 말했다.
“그 이름 하나 알아내는데 사흘 걸렸어.”
그 말을 듣고 휴대폰 메모장에 동명이인 몇 명만 따로 적어봤다.
내 쪽 두 명.
남자친구 쪽 두 명.
부모님 쪽은 아직 모른다.
총 네 명뿐이었다.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미리 표시해두는 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청주웨딩박람회를 알아보다 보면 하객 수를 몇 명으로 잡을지부터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숫자가 늘어날수록 사람 이름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 결혼식 다음 날에는 더 그렇다.
그래서 우리 명단에는 동명이인 옆에 작은 괄호가 들어갈 예정이다.
김○○(대학)
김○○(회사)
이 정도.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자세하게 적지는 않을 생각이다.
우리 둘만 구분하면 된다.
며칠 후 남자친구가 장난으로 나를 시험했다.
“내 친구 박○○ 둘 중에 누가 대학친구게?”
나는 바로 맞혔다.
“이쪽.”
“어떻게 알았어?”
“내가 적었으니까.”
남자친구가 조금 억울해했다.
청주웨딩박람회 다녀온 뒤 실제 하객 명단을 만들 때도 아마 이런 식일 것 같다.
이름을 적고.
겹치는 이름만 한번 확인하고.
필요하면 괄호 하나 추가.
그 이상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결혼식 다음 날 봉투 하나를 들고 “이 사람이 누구였지?” 하면서 카카오톡을 사흘 동안 뒤지는 일만 피하면 된다.
그리고 만약 정말 그래도 모르겠다면 마지막 방법은 이미 정해놨다.
엄마에게 사진을 보여주기.
엄마는 얼굴 보면 다 안다고 했으니까.